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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임고생의 노량진 학원가 답사기

  대한민국은 고시열풍이라는 말은 나에게는 낯설지 않다. 나 조차도 이미 중등교원임용후보자 경쟁선정 시험을 줄여 부르는 '임용고시'에 몸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한해 재수를 하게 되면서 많은 계획과 생각을 해보았다. '노량진 학원가'에 상경해서 공부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량진에 갔다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에 있는 동안은 소위 '빡시게'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한 강의가 아니라 직접 듣는 강의인 '직강'을 수강하게 되므로 강의는 충실히 듣게 되고, 또 같은 경쟁자들끼리 모여 있음으로 라이벌의식을 느끼는 탓에 열심히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나처럼 의지박약 수험생에게는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비용이다. 대게 한달에 1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노량진 생활에 대해 정보를 얻어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 방값만 해도 좀 좋은 곳은 40만원 선이니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어떻게 운이 좋아 경인교대에 가게 된 일이 생겨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노량진에 한번 들러 보았다. 주위 사람들한테 말로만 듣던 '수험가'를 직접 보고 싶었다. 노량진에 대한 조금 나름의 환상도 가지고 있어서 왠지 그곳에 가면 공부가 저절로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뭔가 지방의 대학 캠퍼스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는 것 보다 더 훨씬 나은 물리적 환경과 여러 고시생들의 정보공유, 학원 강사들과의 대면적 이점 등이 집적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또 높은 건물도 많고 해서 서울이라는 메트로 폴리스의 느낌을 기대 하고 있었다.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노량진역에 내리자 마자 보게 된 것은 역에 설치된 커다란 학원광고 게시판과 그 위로 보이는 63빌딩과 고층아파트가 이루는 마천루였다. 역시 학원가라는 사실을 역에서 부터 느낄 수 있었다. 지방에서 온 나의 모습에 비춰지는 노량진역은 조금 초라했다. 그리고 육교위의 많은 노점상과 거리의 노점분식집들이 어지럽게 군데군데 들어서 있었다. 서울에서는 노점상 권리금도 몇억 단위라고 하지만 많은 노점상과 고층건물로 대비되는 서울 거리는 내가 서울을 돌아다니는 내내 빈부격차가 도시적 공간에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어려운 말은 여기서 마치고 노량진 거리를 몇 컷 사진을 찍어보았으니 노량진에 '입성'하시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노량진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필자가 임용시험에 관계된 까닭으로 임용관련 학원가 건물을 보고는 반갑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사진을로 담았다. 길 한복판에서 사진기를 꺼내드는 일이 조금 어색했지만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아 답사 랍시고 셔터를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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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량진역에서 본 63빌딩과 고층 아파트. 큰 학원간판이 여기가 학원가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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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교 위에서 찍은 노량진 학원가 사진. 교원임용학원인 희소, 구평회, 우리학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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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사진과 반대 방향으로 찍은 사진. 학원가 앞에 즐비한 노점들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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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를 기점으로 두 갈래로 길이 나눠져 있다. 골목에는 음식점과 고시서점 PC방 독서실 등 학원생들을 대상으로하는 업종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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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갈래 길을 확대하여 찍은 사진. 잘 정돈된 교육적인 분위기를 기대한 나의 생각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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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갈래길. 좁은 도로변이라 노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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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교고시학원과, 웅진패스원 학원 건물. 잠깐 올라가보니 수험관련 벽보로 학원 벽이 빽빽히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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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길 끝에서 찍은 골목사진. 독서실 간판이 즐비하다.




 

  사진에서 담은 모습이 내가 본 노량진의 모습이었다. 학원가라고 하기에는 정리가 안되어 보였다. 수 많은 독서실과 고시원, PC방, DVD방,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PC방에 한번 가보았는데 대낮인데도 자리가 없었다. 다들 공부는 안하고 PC방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지방의 한 우리 동네가 더 정갈하고 독서실도 깔끔하게 보였다. 저 좁은 골목과 거미줄 처럼 엮인 골목에 소방차는 들어 갈 수 있을까?  이런 불리한 환경적에서도 자본력을 갖춘 대형 학원의 정보력은 대단한 듯 보였다. 학원 각 1층마다 상담실이 있었고 학원 내에는 수험관련 벽보로 게시판이 꽉 차 있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있으니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대학교 캠퍼스 학기중 시험이 있을 무렵에나 볼 수 있는 면추리닝에 후드 점퍼로 다니는 여학생들이 자주 보였다. 공부에만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때문이었을까? 그네들의 얼굴이 창백해보였다. 밥은 제대로 챙겨먹었을까? 독서실 현관에서 울고있는 여학생과 그를 보는 남학생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시간에 PC방에 자리가 없다니... 간혹 보이는 부동산 중개소에 쓰여진 학원 매물 80억, 원룸 한달 50만원 이라는 문구가 여기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토스트를 기다리며 A4지에 쓰여진 빼곡한 글씨를 외우던 한 여학생의 모습이 여기가 사교육의 학구열이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 주었다.


  노량진에 가보면 좋겠다는 내 맘은 어느 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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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03 추가

  본 포스트는 블로거 뉴스에 랭크 되었습니다(08.02.02). 지금 현재 추천수 83 이네요. 제 평범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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